•‘빨간 얼굴(Rouge Muzeau)’은 프랑스 르네상스 시기의 작가 라블레의 소설 <팡타그뤼
엘> 중 한 에피소드에 등장한다. 이 에피소드에서 묘사되는 시카누 족은 돈을 받고 맞아주
는 것이 전업인 종족이다. 거래의 대상으로 지목된 붉은 얼굴의 시카누 족 사람은 죽기 직전
까지 맞은 후 그 대가로 받은 돈을 가지고 행복하게 일어난다.
러시아의 학자 바흐찐은 이에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.
<한 왕>과 <두 왕>이라는 비유는 <충분히 보상받은> 시카누의 지극한 행복을 묘사하기 위해 끌어온 것이다. 하지만 <왕>이라는 비유는 본질적으로 유쾌한 구타 및 비방과 연관되며, 붉은 얼굴의 시카누와 그의 가짜 죽음,
두들겨 맞은 뒤의 어릿광대처럼 느닷없는 소생과 벌떡 일어섬과 관련이 있다.
(Bakhtin, 1965)
바흐찐은 본 에피소드에서 ‘유쾌한 구타’를 보며, 이 표상 안에 ‘왕’과 ‘어릿광대’가 같이 공존
하며 동시에 ’부활, 일어섬’의 이미지를 담고 있음을 읽어낸다. 이 빨간 얼굴 이야기에 관한
내용은 바흐찐이 라블레의 작품을 통해 펼치는 카니발 이론과 그로테스크 이론의 일부이다.
이번 전시는 빨간 얼굴 에피소드가 가진 농담이 내포한 여러 의미들-가치의 전복, 비틀기,
웃음, 우스꽝스러움,불편함, 폭력성 등-이 현대 예술과 맞닿아 있다고 보고,
‘빨간 얼굴’이라는 이미지 키워드 하에 동시대 속에서
freak인 작가들의 작업을 일종의 프릭쇼로 묶어 전시하려 한다.
전시장소: GOP FACTORY
전시작가: 박윤묵, 한대웅, 리키첸, 오로제(사운드)
퍼포먼스: 착, 김관지
기획: GOP/최소리